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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나무의 사계
어느동네나 시골에는 동네나무가 있지요.
오후의 섬진강가 시골마을에도 마을정류장에 두그루의 동네나무가 서 있습니다.
어느날부터인지 저는 시골집에 가는 주말이면 그 동네나무를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동네나무를 찍고는 그날의 일기처럼 한줄을 적어두곤 했습니다.
동네나무를 올려다 보는 일은 세상의 근사한 일 중 하나가 되었고
저는 동네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벚꽃이 눈처럼 날리던 날은 봄날은 간다라고 적었고,
오랜만에 엄마랑 망덕포구 맛집을 다녀온 날은 자랑을 했고,
분무골 매화를 빼고 다 딴 날에도 동네나무에게 보고를 했으며
초복에는 에어컨 아래 누운 날들 이라고 적었습니다.
엄마가 퇴원을 하신 날에도 동네나무는 나를 내려다봤습니다.
집 마당에 금목서가 노랗게 핀 날은 동네나무에게도 향기를 전했습니다.
새싹이 나고 바람에 여린 잎들이 춤을 추고
잎들의 색이 짙어지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를 달고 덩그러니 서있는 동네나무의 시간은
고스란히 저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동네나무와 함께 하는 시간은
기쁨과 슬픔과 노여움도 잠잠해집니다.
저는 계속 동네나무의 시간과 함께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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