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운동을 시작한 게 5년전일게다. TV에서 어느 여가수가 '늙어 가는 것은 익어가는거랍니다' 노래했는데 이는 정신적인 면을 말하는거겠지.
50에 가까워지니 몸이 먼저 '나는 늙어가오. 고장이 나기 시작할거외다' 라고 경고사인을 보냈다. 이러다 갱년기오면 감당안되겠다싶어서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으니 바로 걷기운동이었다. 마침맞게도 우리 동네에는 근사한 둘레길이 있었다.
새벽6시에 일어나 1시간 정도 걷고 출근하고 퇴근하고도 1시간을 걸었다. 우선 마음이 상쾌하게 변했다. 잘 조성한 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야생화도 이쁘고 청솔모는 귀엽고 바람은 청량했다.
걷기운동과 함께 근력운동도 시작해서 살도 더디지만 빠지기 시작했다. 좋은 날들이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놓아버린 좋은 날을 오늘 다시 이어보았다.
퇴근 후 둘레길로 연결된 계단앞에 섰다.
쉬지않고 오르기는 무리였다. 헉헉거리며 올랐다. 지나는 사람이 없기 망정이었다.
하늘은 비가 올 듯 흐렸지만 오랜만의 다시 걷는 걸음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간간이 걷는 사람들이 나를 제치고 나아갔지만 나는 오랜만의 숲속공기가 좋아 느리게 걸었다.
어린 밤송이도 보고 땀을 식혀주는 바람도 담았다.
소리를 크게 하고 들어보세요.
나뭇잎이 바람을 불렀는지
바람이 나뭇잎에게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길이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둘레길을 지키고 있었다. 30분의 짧은 걸음이었지만 충만된 시간이었다. (이렇게 뻥을 쳐야 내일 다시 걷는다. 아 내일 비소식이 있던가?)
둘레길을 내려와 동네를 가로질러 걸었다.
꽃양귀비가 이렇게나 무성했던 곳은 코스모스가 새로 자리를 잡았다. 어릴때보던 코스모스와의 살짝 다른 느낌이었다.
코스모스가 아닐수도 있겠다.
좀 더 요염한 코스모스같군.
오늘 둘레길을 걷지 않았다면 만나지못했을테지.
가까운 산에도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공기는 명징해졌고 나는 내일 다시 또 걸어보기로 한다.
내일도 걷자.
그래 우선 걷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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