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계신 노모가 밭에 갈 때 숨이 차다고 하셨다...
"야야, 밭에 갈때 저만치 가면 숨이 차고 어깨부터 팔까지 힘이 하나도 없어진다..."
"그렁게 왜 날도 더운디 밭에는 뭐하러 가요.. 일을 하지 마랑게요"
나는 이지랄을 했다...
그리고 새벽마다 속이 쓰리다고도 하셨다.. 엄마는 저녁식사하시면 바로 드러누우시고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신다.무릎과 허리 수술을 하셔서 오랫동안 스테로이드제 약을 드시고 계신다. 다니던 로컬병원에서는 식도염과 위염을 의심했다. 그러나 위내시경을 해도 크게 나타난 것은 없었다... 약을 드셔도 속쓰림이 차도가 없다하셔서 내가 다니던 좀 더 큰 병원으로 모셨다... 나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9개월채 약을 먹고 있었는데 식습관을 바꾸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니 많이 좋아진 편이었다..
소화기내과 의사앞에서 엄마는 속쓰림과 함께 밭에 갈때 숨이 찬다고 말씀하셨다. 의사는 쿨하게 그건 우리과 아니고 호흡기를 가보시오...호흡기내과를 갔더니 접수 간호사샘이 어떻게 숨이 차냐고 물어보신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냐,,, 어떨때 숨이 숨이 차냐... 엄마는 가만히 있으면 숨이 안차고 밭에 가느라 걸어가면 숨이차다. 밭에 가서 풀을 맬때는 숨이 안차다.. 간호사샘은 그건 순환기 내과를 가세요..하신다... 다시 순환기내과를 갔다...여긴 심장관련인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든 순간 뭔가 쌔했다... 의사선생님은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지 확인하고 담배를 피는지도 물었다.. 엄마는 셋다 해당사항이 없다... 기본 검사를 했다. 혈액검사와 심전도 검사.. 둘다 이상이 없다. 고령이니 그럴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를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심장CT와 심장초음파 검사 예약을 했다...시티 예약이 먼저 잡히고 일주일 후 초음파를 하고 진료를 보기로 했다...
심장초음파를 하고 의사앞에 앉았다...심장시티에 문제가 보인단다...관상동맥조영술을 해서 확인을 해보야한다고...입원실을 급하게 잡았다... 겁먹은 엄마에게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뻥을 치고 동생들에게 전화를 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서울로 모셔서는 검사 등 시일이 많이 걸리는 여기서 하겠다고 했다. 이 병원은 이쪽에선 수술건수가 대학병원 다음으로 많다..인터넷으로 관상동맥조영술, 스텐트시술 계속 검색했다...
다음날 오후 엄마는 심혈관센터 수술실로 들어가시고 30분후에 의사가 상태 설명을 하기 위해 보호자를 찾았다.. 관상동맥 3개가 다 문제가 있다. 하나는 완전 막혔고,, 두개는 거의 막혔단다.. 3개의 관상동맥에서 막힌 곳은 5군데.. 2-3시간 걸릴예정이고 빠르면 한시간 걸릴 수도 있단다. 오늘 다 못할 수도 있고 해봐야 알겠단다... 보호자 대기실에 다행히 나밖에 없다... 좀 울었다...서울로 갔어야했나...왜 빨리 검사를 안했을까.. 잠시 하나마나한 자책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동생한테 전화했다.. 자세히는 말을 못하고 시술이 길어질수도 있다 했다.. 동생은 추적관리는 서울서 하자고 했다...다행히 안울었다... 큰 올케가 전화했다... 목소리를 가다듬었는데도 울음이 새어나왔다...
계속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의사가 다시 들어간지 한시간이 지났다... 의사가 보호자를 찾는다...그 순간 머리속에 온갖 생각이 스친다. 너무 빠르다. 시술을 다 못했나... 문제가 생겼나...의사앞으로 걸어가면서 좀 무서웠다... 화면을 보면서 설명해준다. 시술전 시술 후. 스텐트 3개. 완전히 막힌 곳은 뚫었으나 혈관이 너무 작아서 스텐트는 안넣었다..시술전에는 안보이던 작은 혈관이 보였다.. 2번째 관상동맥에 2군데에 스텐트 시술을 했고 3번째 관상동맥에는 한개의 스텐트를 하고 한군데 막힌 곳은 각도가 있어서 억지로 스텐트를 하기에는 부적합해서 그냥 뒀다고... 의사는 수술이 잘되었다고 했다. 절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게 된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4일간 입원하고 퇴원하셨다..
일주일도 안되어 엄마는 밭에 가보는 심장테스트를 하시곤 전화하셨다...
"야야 하나도 숨이 안가프다"
"엄마 밭에 가지 마시라고~~~~~~~~~~, 가면 안된다고~~~~~, 엄마 큰 수술하신거라고요!"
엄마의 식탁에는 약드셨어요? 약달력이 세워져 있고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주의사항 종이는 엄마 가방에도 한장 넣어뒀고 동생들 휴대폰에도 저장되어 있다. 아스피린 프로텍트는 아침 식후에 복용해야하는데 혹 아침약을 안먹었으면 저녁약 대신 아침약을 먹으라고 했다...다음 병원진료때 단단히 여쭤봐야겠다.. 약달력 통으로 일주일치 약을 세팅해드렸더니 잊지 않고 잘 드시고 있다. 다행이다.
하여간 울 엄마 심장은 앞으로 더 건강하게 잘 뛰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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